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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멀티버스, 낙관적 허무주의, 시각연출

by 둥근아치 2024. 7.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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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니엘 콴과 다니엘 쉐이너트 감독의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는 개봉 이후 빠르게 센세이션으로 떠올라 아카데미 상을 7개나 받은 작품이다. 이 영화는 공상과학, 판타지, 액션, 그리고 드라마 등의 장르가 혼합돼 있다. 영화는 해야 할 일이 너무 많고 정신없는 일상을 보내는 빨래방 주인 에블린 왕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그녀는 평범한 일상을 보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어떤 강력한 존재가 다중 우주를 파괴하는 것을 막기 위해 평행 우주 버전의 자신과 연결되어야 한다는 것을 발견한다. 다소 난해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영화의 독특하고 흥미로운 소재와 시각적 연출이 관객들에게 와닿아 우수한 히트작이 된 게 아닐까 싶다. 

 

 

 

멀티버스 소재로 흥미를 끌다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을 보면서 가장 매력적으로 느꼈던 것은 멀티버스라는 흥미로운 소재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영화는 공상과학 소설에서 인기 있는 소재인 다중 우주라는 개념을 접목하여 시작부터 흥미를 이끌어준다. 사실 친절하게 어떤 세계관인지 자세히 설명해주지 않고 복잡한 용어들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여러 평행 우주 세계에서의 에블린들의 이야기를 균형 있게 맞추면서 관객들이 흥미를 잃지 않게 만들었다. 이러한 소재를 사용하여 관객에게 접근함으로써, 관객들은 실존적인 생각들로부터 철학적인 내용, 나아가 개인적인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주제를 탐구하게 된다. 영화는 코미디적 요소들도 놓치지 않아 관객들이 너무 심오한 이야기로 빠져 지루함을 느끼지 않도록 조절하는 모습도 보였다. 특히 초반에 에블린이 알파 웨이먼드와 처음으로 접선한 뒤 청소도구함으로 빨려 들어가는 부분이 아주 웃겼다. 연출과 연기가 기가 막히게 잘 어우러졌기 때문인 것 같다. 그리고 소재가 흥미롭게 와닿은 건 맞긴 하는데 뒤로 갈수록 멀티버스는 진짜 그냥 소재만 가져온 거고 사실상 이 영화는 메시지 전달을 위한 영화였다는 게 보여서 지루해지긴 했다. 코미디 요소도 중간중간 넣긴 했지만 나의 웃음코드와 잘 맞지 않았으며 액션 씬 또한 무의미하게 길게 느껴졌다. 개인적으로 판타지적, 혹은 픽션적 요소를 가져온 작품들이 이 요소를 깊게 파서 창대한 세계관을 보여주지 않고 어떠한 메시지를 담아내기 위한 도구였다는 사실이 느껴지면 굉장히 맥이 빠지고 기대감을 잃는 타입이라 어쩔 수 없었다. 

 

 

낙관적 허무주의

 이 영화는 아무리 발버둥 치면서 아등바등 살아봤자 각자의 기대치에 못 미치는 삶을 살 수밖에 없는 허무주의를 낙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자는 "낙관적 허무주의"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사실 영화를 보고 해석을 살짝 찾아본 뒤에 알게 됐다. 영화를 보는 중에는 중후반부터 캐릭터에 대한 의구심이 피어오르면서 내용 자체가 잘 납득이 되지 않아 이런 해석을 하기는 무리였다. 그리고 영화의 메시지를 알아낸 지금도 메시지 자체는 참 좋은 것 같고 공감되지만, 그걸 영화로 담아내는 과정이 나에게 있어서는 잘못된 것으로 와닿는다. 영화에서는 에블린이 '낙관적 허무주의'를 상징하고, 에블린의 딸 조이가 에블린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너무 받아서 흑화 된 탓에 '모든 것을 파괴하려는 허무주의 사상'을 가진 것으로 나온다. 조이가 에블린에게 인생의 허무함과 의미 없음을 알려주며 자신과 함께 모든 우주를 파괴하자고 말하고 에블린은 그 의견에 납득하다가도 결국 후반부에는 조이를 죽일 수 없고 구하겠다며 마음을 바꿔먹는다. 그런데 문제는 에블린이 전혀 딸 조이를 여전히 존중하지 않으면서 무턱대고 조이를 사랑하고 구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마지막에도 조이보고 "너 살쪘고, 필요할 때만 찾고 가족행사 있을 때 전화도 안 해, 돈 드는 것도 아닌데." 뭐 이런 식으로 말을 하는데 이것 자체가 본인을 되돌아볼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다는 것을 방증한다. 그런데 그 뒤에 나오는 말이 더 기가 막히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딸 조이가 옆에 있길 원하니까 가지 말라고 하는 것이다. 되게 감동적인 장면인 것처럼 나오는데 나는 도대체 저게 무슨 답답한 장면인가 감탄스러웠다. 에블린은 자기 부모가 본인이 웨이먼드를 따라가겠다고 했을 때 왜 말리지 않았냐고 생각하는 주의라 딸 조이를 보내지 않겠다고 말한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애초에 에블린이 "왜 안 말렸냐"라고 혼잣말하는 것 자체가 이해가 안 간다. 본인이 선택한 건데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싶었다. 대작이라는데 표현하고자 하는 메시지만 좋고 정작 표현을 너무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과 전문가들이 걸작이라며 칭찬하고 감명받은 모습을 보면 아마  내가 무언가 견문이 부족하다거나, 영화를 제대로 못 본 것일수 있다. 

 



뛰어난 시각적 연출

 내용은 개인적으로 이해가 잘 안 갔지만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의 시각적 효과는 가히 장관이라 칭할 수 있겠다. 영화는 다중 우주에 생기를 불어넣는 놀라운 시각적 효과를 만들기 위해 창의적으로 접근했다. 서로 다른 우주 사이의 전환은 매끄럽고 풍부한 상상력을 보여준다. 각각의 우주는 고유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어 영화 세계 구축에 풍부함을 더한다.
 액션 장면도 이 영화의 또 다른 하이라이트이다. 싸움 장면은 짜릿할 뿐만 아니라 이야기를 발전시키고 캐릭터를 발전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사실 초반에 쿵후 장면이 나올 때가 가장 인상 깊었고 나중에는 캐릭터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게 되자 액션을 하든지 말든지 잘 눈에 들어오지 않긴 했다. 그럼에도 슬로 모션, 역동적인 카메라 앵글, 독창적인 안무의 사용은 관객들을 사로잡는 시각적 스펙터클을 만들었음이 틀림없긴 하다.

 또, CG의 사용도 아주 훌륭한 모습을 보였다. 어떠한 하나의 행동을 하는 모습이 여러 다른 우주들을 넘나들면서 이어지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것을 도대체 어떻게 찍은 것인가 궁금해진다. 편집기술이 대단하기에 가능한 것 같다. 이렇게 실존하는 것들과 디지털 효과의 제대로 된 혼합은 몰입을 높이고 시각적으로 놀라운 영화를 만들어준다. 흑화 한 조이의 모습도 기괴하면서도 재밌게 표현됐다. 다채로운 색깔이 많이 나오는 점도 흥미 포인트 중의 하나다.


 

마무리

 결론적으로,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는 전세계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주목할 만한 뛰어난 영화다. 그것이 가진 메시지와 매혹적인 시각 효과들이 결합하여 잊을 수 없는 영화적인 경험을 창조한다. "낙관적 허무주의"를 바라보며 한편으로는 2018년쯤에 유행하던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 추구'의 마인드가 떠오르기도 했다. 어쨌든 행복하기 위해서는 역시 욕심을 버리고 만족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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