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024버전 한국판 뮤지컬 시카고가 한창이다. 시카고를 뮤지컬로 본 적은 없지만 영화로 개봉됐을 때 봤던 기억이 떠올랐다. 이 영화는 1975년 브로드웨이에서 흥행한 오리지널 뮤지컬 시카고를 각색한 작품이다. 보통 원작을 각색한 작품은 기대 이하일 때가 많은데, 이 영화는 극적인 스토리와 음악, 댄스를 독특하게 결합해 전 세계 관객을 사로잡으며 최우수 작품상을 포함해 6개 아카데미상을 수상했다. '시카고'는 광란의 20대를 보내다 살인 혐의로 감옥에 갇힌 두 여성 록시 하트와 벨마 켈리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단순히 이 둘의 인생 이야기가 아닌, 언론과 대중이 그녀들의 이야기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다뤄 더욱 흥미롭게 볼 수 있다.
가십거리만 좇는 언론사의 모습
영화 시카고에서 묘사하고 있는 언론사의 모습은 자극적이고 재미있는 가십에 관심을 기울이고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변호사 빌리의 패소율이 0%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이러한 시카고 언론사의 모습을 간파하고 자신의 피고인에게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스토리를 부여한다. 그러면 언론사 기자들은 해당 피고인을 집중 취재하고 빌리의 계획대로 그는 스타가 된다. 대중이 언론을 통해 피고인의 딱하고 기구한 사정을 접하며 그의 범행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이해하게 만드는 것이다. 만약 언론이 보도한 내용이 사실이라면 문제될 것이 없겠으나 빌리가 승소하기 위해 지어낸 거짓 스토리이기 때문에 언론사의 모습은 부정적으로 보인다. 자신이 보도할 내용을 진실인지 아닌지 파악할 생각을 않고 그저 대중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내용을 가장 빠르게 보고하는 것이 목적인 것 마냥 행동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극중에는 억울하게 무죄로 잡혀 들어온 죄수 한 명이 교수형에 당하고 만다. 만약 언론이 자극적인 에피소드를 가진 범죄자에 집중하는 것이 아닌, 진짜 자신이 무죄라고 억울해 하는 범죄자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이를 널리 보도했다면 한 사람의 억울한 죽음을 막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언론의 중요성을 상기하게 된다. 대중들의 수요가 자극적인 가십에 머물러 있는 것은 맞아도, 언론이라면 어느정도 사명을 가지고 정신을 좀 붙잡고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영화 1987에서의 언론사
언론을 다루고 있는 영화하니까 영화 '1987'이 떠올랐다. 영화 1987에서 묘사하고 있는 언론사의 모습은 시카고와 다르다. 전두환 대통령이 집권할 당시, 보도지침이라는 것이 존재하여 언론사의 특히 고참기자들은 어차피 받아쓰기나 해야 한다며 기자라는 직업에 살짝은 회의적인 태도를 보인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시카고의 기자들처럼 화젯거리에만 쫓아다니며 취재하는 것이 아닌, 조금 위험할 수 있어도 진실이 무엇인지 밝히고자 노력한다. 특히 경찰에게 얻어맞고 팔이 부러져도 집요하게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밝히려 노력한 윤상삼 기자와 경찰이 대학생을 고문해서 죽인 것은 진짜 선을 넘었다고 생각했는지 언론사에 압박이 가해질 것을 감수하고 칠판에 적힌 보도지침을 분노하며 지워버리는 동아일보 편집국장의 말이 인상깊다. 우리나라 언론사들이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다들 신념을 가지고 정의로웠으면 좋겠지만 언론이 가진 진 큰 힘을 보고 접근해오는 유혹들이 많아 그렇게 되기가 참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어느 분야가 됐든 보통 높은 권력을 가지신 속칭 '윗대가리'분들이 썩어있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는데, 힘을 가지게 될수록 타락할 가능성이 커지게 되는 현실이 참 안타까운 것 같다. 애초에 구조가 이렇게 돼버리면 마치 슈퍼맨처럼 판을 바꿔버릴, 선의의 마음을 가진 능력자가 나타나지 않는 이상 고쳐나가기 힘들 것이기 때문에 참 착잡해지는 것 같다.
마무리
이번에 영화들을 보면서 떠올린 건데 평소에 나는 언론사를 그다지 긍정적을 생각하지 않고 있었던 것 같다. 원래 어렸을 때는 기자들은 사실만 전달하는 것이라고 배워서 그런 줄 알고 있었는데 크면서 특히 정치적인 내용 관련해서 기자들이 교묘하게 의도를 가지고 기사를 쓰거나 다른 중요한 사건에 눈을 돌리게 하기위해 어디선가 지령을 받고 움직이는 경우도 있음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화를 보고 나의 이러한 부정적인 생각과 달리 영화 1987의 기자들처럼 어떠한 피해를 감수하면서도 진실을 밝히고 세상을 올바르게 하려는 언론인도 분명 존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연예부 기자들은 연예인 인스타그램 업로드를 그대로 퍼와서 기사를 쓰는 경우가 많은데 도대체 그런 기사가 어디에 도움이 되는지를 모르겠어서 의아하게 생각을 했다. 이 경우는 진실 여부 파악 등의 노력 없이 그냥 마냥 화젯거리를 퍼 나르는 영화 시카고의 기자들의 기자들과 공통점을 가진다고 볼 수 있겠다. 언론사와 관련된 영화 하니까 '내부자들'이 또 떠오른다. 예전에 봐서 잘은 기억 안 나지만 이 영화를 보고 언론이 가진 힘을 정말 크고 무서운 거구나 약간 소름이 돋았던 기억이 난다. 여러 이해관계가 엮여 있는 것은 맞고 모두 손해를 보기 싫어하는 마음은 백번 이해가 되나 선을 넘어선 욕심은 참 못 볼 것인 것 같다. 적어도 억울한 사람은 만들면 안 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