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킬 빌: Vol. 1"은 2003년 개봉되어 꾸준히 관객들을 사로잡고 있는 영화다. 액션으로 가득 찬 이 복수 스릴러는 전직 암살자인 주인공이 전 동료들에게 배신을 당하고 결혼식 날 죽을 뻔한 뒤, 구사일생으로 살아나 무자비한 복수를 위한 모험을 시작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영화는 긴장감 넘치는 액션, 시선을 사로잡는 촬영 기법, 그리고 독특한 스토리텔링이 절묘하게 혼합되어 시청자들을 홀렸다. 사실 자막과 같은 화면 디자인이나 촬영기법이 뛰어나서 요새 레트로가 유행인 점을 콘셉트로 잡은 줄 알았지 무려 21년 전에 개봉된 진짜 옛날 작품인지 몰랐다. 시작부터 감독을 강조하더니 다 이유가 있었다. 엄청난 감각의 소유자였던 것이다. 2003년에 개봉된 우리나라 작품들이 떠오르며 그들도 좋은 영화이기는 하지만 확실히 다르긴 다르구나를 느꼈다. 예능이나 밈으로 쓰여 익숙한 ost들도 너무 많이 나오길래 위트를 위해 원래 유명한 노래를 가져온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 작품이 오리지널이라는 것을 알고 굉장한 충격을 먹었다. 이제라도 봐서 참 다행이다.
독특한 시각 효과로 눈을 즐겁게 하다
"킬 빌: Vol. 1"의 두드러진 요소 중 하나는 독특하고 관객을 사로잡는 시각적 스타일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타란티노 감독의 연출은 로버트 리처드슨의 촬영술과 결합하여 영화를 전형적인 액션 영화와 구별되는 아름다움을 창조한다. 색상의 대담한 사용, 역동적인 카메라 각도 등은 처음부터 끝까지 관객을 사로잡아 마치 시각적 축제가 열린듯한 기분을 선사한다. 촬영 기법에 대해 전문적으로 아는 것은 아니지만 기억에 남는 것은 총알이나 고고 유바리의 유성추와 같은 무기가 상대방으로 돌진할 때 무기를 따라가듯이 촬영하여 무기 입장에서 적으로 돌진하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했던 부분이다. 차에 탄 남자가 총에 맞을 때는 심지어 뇌를 관통하는 장면까지 담아내 신선한 충격을 줬다. 무기에 초근접해서 촬영함으로써, 과도한 징그러움은 감축하면서도 흥미를 끌 수 있게 만든 아이디어가 굉장히 뛰어나다. 오렌 이시이를 처단하기 위해 향한 거대한 접대장소를 보여줄 때의 촬영기법도 흥미롭다. 소피가 이동하는 모습을 그대로 따라가되, 약간 멀리서 따라가듯이 촬영하여 접대장소의 흥겨운 풍경 또한 자연스럽게 같이 담아냈기 때문이다. 언제 전투가 치러질지 모르는 상황이라는 긴장감을 느끼면서도 사람들의 흥겨운 모습 또한 눈을 사로잡아 관객들이 대비감을 느끼면서 풍부하게 영화를 즐길 수 있도록 한다.
매력적인 등장인물들
"킬 빌: vol.1"의 등장인물들은 영화의 성공에 있어서 또 다른 중요한 요소이다. 우마 서먼이 주인공 캐릭터를 연기할 때 그녀가 그 역할에 연약함, 결단력, 그리고 맹렬한 것의 복잡한 혼합을 가져오기 때문에 특히 매력적이다. 관객들은 그녀를 동정적이고 강력한 주인공으로 만들면서, 그녀 캐릭터의 정의와 복수에 대한 끊임없는 추구에 끌린다. 동시에 동료들이 그녀에게 적대감을 갖는 모습들을 보고 그녀와 그녀의 친구들이 왜 곤경에 처한 것인가에 대한 이유 또한 궁금하게 만든다.
영화의 조연들도 주인공 못지않게 잘 짜여 기억에 남는다. 주인공의 첫 번째 타깃인 오렌 이시이에 대한 묘사는 소름 끼치면서도 카리스마가 넘친다. 혼혈이면서 여성인 그녀가 일본 야쿠자 무리의 두목이 된 건에 대해 불만을 품은 자의 머리통을 날려버리는 모습을 가히 충격적이면서도 시원하다. 또, 그녀가 야쿠자의 길로 들어선 과거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될 때 별로 기대가 안 됐던 사람도 뛰어난 연출로 흡입력 있는 영화임을 한번 더 증명한다. 이때부터는 애니메이션으로 영화가 진행되는데 갑자기 등장한 애니메이션 그림체로 일단 시선을 한 번 사로잡는 것과 동시에 그림이 아니면 표현하기 힘든 묘사를 진행함으로써 놀라움을 자아낸다. 오렌 이시이의 엄마가 침대 위에서 칼로 찔렸을 때, 그 밑에 있던 오렌의 얼굴 위로 피가 떨어지는 장면과 동시에 보이는 오렌의 표정은 정말 압권이었다. 영화의 맨 처음 등장 버니타 그린의 모습도 상당히 매력적으로 그려지고, 휘파람 소리와 함께 처음으로 등장한 엘르 드라이버도 소름 끼치면서도 눈을 뗄 수 없는 매력을 담아내어 감독의 뛰어난 캐릭터 디자인 능력을 보여준다.
스토리텔링의 강화: 음악의 사용과 이야기의 순서 섞기
스토리텔링에 대한 타란티노의 혁신적인 접근 방식은 영화의 매력에 기여하는 핵심 요소이다. "킬 빌: vol. 1"은 타란티노의 영화 제작 스타일의 트레이드마크인 비선형 서사 구조를 사용하여 이야기에 흥미와 복잡성을 더한다. 영화는 궁금증을 유발하여 관객의 관심을 즉시 사로잡고, 그다음 시간을 앞뒤로 이동하여 주인공의 여정과 복수를 위한 탐색에 이르게 된 사건들을 드러낸다.
이 비선형 접근법은 타란티노로 하여금 긴장감을 조성하고 중요한 정보를 서서히 드러냄으로써 관객들이 계속 몰입할 수 있도록 한다. 영화의 각 챕터는 시간 순서에 맞지 않게 제시되며, 이는 관객들이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짜 맞추도록 유도하는 퍼즐 같은 이야기를 만든다. 이 기법은 관객들을 긴장하게 할 뿐만 아니라 더 깊은 캐릭터 분석과 주제 탐색을 가능하게 한다.
타란티노 감독의 음악 사용 또한 스토리텔링 경험을 강화한다. 다양한 장르와 시대의 노래가 절충적으로 혼합된 영화의 사운드 트랙은 화면의 액션을 보완하고 이야기에 감정과 에너지를 추가한다. 엄선된 음악 트랙은 타란티노의 날카롭고 재치 있는 대화와 결합되어 영화가 끝난 후에도 오랫동안 관객들에게 반향을 불러일으키는 기억에 남는 순간들을 만들어낸다. 정말 적재적소에 알맞은 훌륭한 ost인데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내가 이 ost들을 이미 밈으로서 알고 있었다는 점이다. 아예 모른 채로 들었다면 어떤 기분이었을지 궁금한데 도무지 상상이 불가능하다.
마무리
액션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도 굉장히 흥미롭게 봤다. 특히 처음에 버니타 그린과 함께 싸우는 장면이 등장부터 무기, 액션 씬까지 눈을 뗄 수가 없이 흥미로웠다. 영화 내내 흥미롭다가 후반 부분에 오렌 이시이와 싸우기 전, 여러 명의 검은 정장 입은 사람들과 싸우는 부분부터는 지루했다. 액션 영화를 크게 안 좋아하는 이유가 너무 개연성이 떨어지는 부분이 보일 때 갑자기 확 식어버려서 안 좋아하는 건데 이 장면부터는 주인공이 다른 사람이랑 싸우고 있을 때 뒤에서 치면 되는 걸 가만히 보고 있는 게 너무 바보 같고 개연성 떨어지는데 크게 일조해서 어쩔 수가 없었다. 그래도 고고 유바리와의 전투 장면과 애송이 야쿠자를 혼내는 부분은 굉장히 흥미롭고 웃음을 줘서 영화를 끝까지 재밌게 보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솔직히 보는 동안 노란색 옷을 입은 서양인이 너무 눈에 띄는 부분이나 기모노를 입고 불편하게 싸우는 장면들이 이해가 가지 않긴 했는데 내가 너무 영화적 허용을 용납하질 않고 있는 것 같긴 하다. 애초에 판타지면 재밌게 보는데 애매한 장르들에서 꼭 이런 생각이 들곤 한다.